| 옛날에 고을을 다스리던 수령들은 대개 거들먹거리기 좋아하고 제 한 몸 살찌우기에 바빴다자만, 그 가운데에는 더러 쓸 만한 목민관도 있었다지 아마. 이 이야기도 그런 괜찮은 축에 드는 원님 이야기니 어디 한번 들어봐. 이 원님이 다스리는 고을에 행세깨나 하는 부자가 살았는데, 이 사람이 위로는 아첨하고 아래로는 떵떵거리는 위인이었나 봐. 어쩌다 저보다 지체 높은 사람을 만나면 갖은 아양을 다 떨면서도 농사짓는 백성들을 보면 제 집 하인 다루듯 했다나. 그러니 백성들 사이에 평판이 나쁠 수밖에.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고, 그런 소문이 원님 귀에까지 들어갔지. 원님은 언젠가 한번 버릇을 고쳐 주리라 마음먹고 있었어. 드런제 마침 그 부자가 환갑 잔치를하게 됐어. 행세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근방에 이름깨나 가진 사람들을 다 불러제끼니 당연히 원님도 초대를 받게 됐단 말이야. 원님이 부러 허름한농사꾼 차림으로 부잣집에 갔어. 해진 중의 적삼에 닳아빠진 짚신을 신고 머리에는 패랭이를 쓰고 혼자서 집안에 썩 들어갔지. 대청에 갖가지 음식을 떡벌어지게 차려 놓고 희희 낙락하고 잇는 부자 앞에 서서, “주인께서는 만수무강하십시오.” 하고 축원을 했단 말이야. 부자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내려다보더니, “웬 백성이 함부로 지체 높은 양반 틈에 끼려 하느냐? 보아하니 술이나 한 잔 얻너먹으러 왔나 본데, 언감생심 마루에 오를 생각 말고 데문간에나 가서 기다려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