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신경숙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눈물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꼭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모― 기형도, [빈집] 전문> 스페인은 언제 가시우? 밤이 되면서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을 흠뻑 맞아 눈사람이 되어 스튜디오 경비실을 막 지나려는 그를 보며, 아니 그의 어깨에 걸린 기타를 보며, 늙은 경비원이 습관처럼 물었다. 봄이 오면.... 자신이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어 대답을 줄여 버리려는 참인데 스튜디오 뜰의 거위 우리의 꽉꽉 소리가 그의 소리를 잘라먹었다. 웬 뜰의 거위를? 그가 늙은 경비원이 거위를 기르고 있었던 걸 모르고 꽉꽉 거리는 소리에 짜증을 내며 물었을 때 경비원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엄한 표정을 지으며 벌떡 일어났었다. 집 지키는 덴 거위가 최고요. 나는 이때껏 거위만큼 집 잘 지키는 사나운 놈은 못 봤소. 나 어려서두 산골짝에 있는 내 집도 거위 두 마리만 있으면 하나도 안 무서웠으니까. 그러니 상관 마오. 댁은 여기 사는 사람도 아니잖우. 후에 알고 보니 늙은 경비원의 그런 신경질적인 반응은 그에게만 보이는 반응이 아니었다. 도저히 주거용 건물이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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